2011년 11월 9일 수요일

늦가을 봉선사



11,2011
운악산 봉선사


11월 초 봉선사에서는 곱게 물든 단풍과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만날 수 있었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연지가 나타난다. 지금은 가을이라 예쁜 연꽃은 볼 수 없었지만 여름엔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느티나무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단청이 없는 당우들이 보인다. 일반 사찰과 달리 왕실과 관련된 절집이라 그런 모양이다. 어실각(御室閣; 조선 역대 왕, 왕비들의 위패가 봉안된 곳)으로 인해 봉선사 주지는 조선 왕실로부터 봉향판사(奉香判事))의 작위를 받았는데, 판사관무헌은 역대 봉향판사(주지)가 머물던 곳이다.
봉선사 판사관무헌

판사관무헌, 운하당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봉선사 큰법당(대웅전)에 이른다. 계단 위 양 옆에 사자 두마리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사자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비스런 동물로, 불교에서는 부처를 ‘인중사자(人中獅子)’로, 부처의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고 표현하고, 불교가 전래된 뒤 삼국시대 불상의 대좌나 고분벽화, 궁궐·사찰의 수호 상징인 석자자상 등 곳곳에 사자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봉선사는 다른 절과 달리 한글로 된 현판을 볼 수 있다. 대웅전인 ‘큰법당’은 1969년 독립운동가 였던 운허스님이 중건하고 한글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기둥의 주련들도 한글로 되어 있다.
봉선사 큰법당
보통 절에는 범종각이 하나다. 그런데 봉선사에는 2개의 범종을 볼 수 있다. 범종루에는 예전 봉선사 대종이 걸려 있고 그 뒷편의 범종각에는 새로 만든 종이 걸려있다. 봉선사 대종은 예종 원년 봉선사 건립시 함께 만들어졌으며 조선 전기 동종 연구의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봉선사 범종루
큰법당 뒷편으로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조사전은 원래 '개건당'으로 사용하던 당우였다. 지금은 계민선사와 월초스님을 비롯한 근대의 봉선사 조사스님들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봉선사 조사전

경내 곳곳의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었고 바람이 불때면 흩날리는 낙엽들로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미 절정을 지나 조금은 아쉬웠다.
봉선사 가을 단풍
봉선사 입구 부도밭의 비석 중에는 춘원 이광수 기념비가 있다. 독립운동을 했고 이후 봉선사 주지를 역임했던 운허 스님은 춘원의 육촌동생이다. 춘원도 해방후 이 곳에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 친일 변절자였던 그가 말년에 이 곳에서 진심으로 참회했는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다.
봉선사 부도밭
봉선사 일주문 정면 현판에는 한글로 ‘운악산 봉선사’가, 후면에는 敎宗本刹奉先寺(교종본찰봉선사)라는 한문현판을 달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봉선사에  '교학 시험'을 관장하던 승과가 있었고, 봉은사에  '선학 시험'을 관장하던 승과가 있었다고 하며, 근대에 들어 월초 스님, 운허 스님, 월운 스님으로 이어지는 강맥에서 알 수 있듯 봉선사가 한국불교의 명실상부한 교종본찰 가풍을 잇고 있다고 한다.
봉선사 일주문, 교종본찰봉선사

댓글 3개:

  1. 벌써 입동도 지나고 계절은 겨울로 향해가고 있습니다.
    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하네요..
    이젠 내년 가을을 기다려야 할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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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늦가을의 정서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런곳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보고 싶네요.
    멋진사진 즐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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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뽀키
    비도 내리고 이젠 추워질 것 같습니다.
    가을은 짧고 곧 눈이 내릴 것 같습니다.

    @skypark
    짙어가는 가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곳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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