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7일 목요일

서울은 설렁탕, 부산은 돼지국밥

서울에 없는 음식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밀면, 소고기 국밥 그리고 돼지국밥이라고 한다. 그런데 꼭 그렇진 않다. 서울에도 밀면집, 소고기 국밥집, 돼지국밥집이 있다. 단지 대중적이지 않을 뿐이다. 부산의 가야밀면은 맛이 일품인데 다음에 소개해야 겠다.

 

십 수 년전 상경하여 하루 세 끼를 순대국밥만 먹은 적이 있었다. 종로 명륜동에 위치한 성균관대 근처 허름한 식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달리 아는 음식도 없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않으니 만만한 음식을 고른게 순대국이었다. 돼지국밥을 먹으려 했지만 그런 메뉴는 보이질 않는다. 처음 먹어본 음식이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게 먹었다.

 

순대와 육수가 어우러진 순대국밥(물론 따로국밥도 있지만)은 추운 겨울을 녹일 수 있는 서민들의 먹거리다. 서울에서 흔한 신의주 순대집은 조미료 맛이 많이 나 시원한 맛이 별로 없어 불만이다. 뽀얀 순대국에 들깨가루 듬뿍 넣고 후추도 살살 뿌려 먹으면 뜨끈하고 시원하다. 추운 겨울에는 역시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새콤 달작지근한 깍두기를 겻들이면 금상첨화다. 순대로 유명한 곳이 여러 군데 있지만, 속초의 아바이 순대, 특히 천안 아우내의 병천순대가 순대국의 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남쪽 바다 태생이다. 경상도사람들, 특히 부산, 경남 사람들은 돼지국밥을 즐겨 먹는다. 서울에서 동네마다 흔한 설렁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남장, 이문설렁탕 등 오래된 가게들이 많이 있다. 갑자기 을지로 이남장 본점의 설렁탕이 먹고 싶다.동네마다 가게들이 생겨나 대학로, 삼성동 등 몇 군데에서 먹어보긴 했지만, 을지로에서 먹어본 그 맛이 아니다.

 

설렁탕이야 조선조 선농단에서부터 유래했다고 하는 유서 깊은 음식이다. 반면, 돼지국밥의 유래는 한국전쟁 무렵부터라고 한다. 자갈치 시장의 꼼장어와 함께 피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다. 최근 EBS에서 방영된 '요리비전'에서 부산의 돼지국밥을 다룬 적이 있다. 부산의 유명한 돼지국밥집들은 부평시장, 평화시장(조방앞;옛 조선방직자리,예전에 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다), 서면 시장의 돼지국밥 골목, 그리고 부산대 근처에 있다고 한다. 조방쪽 돼지국밥은 예전에 먹어본 적이 있다. 맛있는 집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같이 갔는데 줄 서서 기다려서 먹어야 되는 맛집으로 기억된다. 방송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사상의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에도 돼지국밥집이 여러 군데 있다. 그런데, 제대로 맛을 내는 집은 몇 안 되는 것 같다.

 

돼지국밥의 고기는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뒷다리살보다 부드러운 앞다리 살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맛의 비결은 토렴(밥이나 국수 등에 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염색된 빛깔을 빼낸다는 뜻의 퇴염(退染)에서 나온 말이다)이라고 한다.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도 나지 않고 육수도 깔끔하다.

 

여기에 생 부추절임(부산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한다)를 넣어서 나온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새우젓,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상극이라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족발집에도 의례 새우젓이 따라 나온다.

비봉식당 돼지국밥

부산대앞 비봉식당 돼지국밥

 

사진이 없어서 검색해서 하나 땡겨 왔다. 이미지 출처 : 링크

 

위 이미지의 돼지수육에는 비계도 없고 얇게 저민 수육을 사용했는데, 원래 비계의 지방에서 맛이 난다. 두툼한 살코기에 비계가 살짝 붙어 있어야 제맛이다. 그리고 부추도 넣어서 나오는 곳이 있다. 식성에 따라 부추무침을 듬뿍 넣어 먹으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서울에도 홍대쪽에 돈수백이라는 돼지국밥집이 있다고 한다. 부산의 돼지국밥보다 맛이 더 있다는데, 기회되면 거기나 한 번 가봐야 겠다.

 

댓글 6개:

  1. 경상도 사람은 아니지만.. 돼지국밥은 좋아라 합니다...

    돼지국밥이 깔끔하고 좋은 것 같아요.. 홍대앞에 있다는 그곳도 가보고 싶습니다..

    요리비전 프로그램을 자주 보시는군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프로인데.. ㅎㅎ

    돼지국밥 나오는 것은 아직 못봤는데... 어여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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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산사람들 참 국밥좋아합니다. 부산에서 먹는 국밥 참 맛있습니다.

    기회되시면 부산국밥 한번 드뎌 보세요.

    따뜻한 국밥과 더불어 따뜻한 인정이 넘쳐나는 그런 사회를 원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오후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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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서울에서는 구경도 못했던 돼지국밥을

    7년전 경상도에 내려와서야 처음 먹어보았었지요.

    반면에 경상도에는 설렁탕집이 별로 없더군요.

    지금은 돼지국밥...좋아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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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라오니스 - 2010/01/07 13:53
    요리비전 프로 자주 보고 있어요..



    근데 방송시간이 25~ 30분으로 좀 짧아서 좀 아쉽긴 합니다.



    다른 요리프로그램이랑 달라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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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라누리 - 2010/01/07 16:03
    부산가면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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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kypark - 2010/01/08 08:44
    지금은 경상도에 계시나 봅니다..



    그래서 눈 구경 못했다고 한거군요..



    문화 다양성을 위해, 서울엔 돼지국밥 부산에는 설렁탕, 이렇게 되는 건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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