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6일 화요일

화려한 극락보전이 있는 삼각산흥천사

흥천사 극락보전

12,2011
흥천사/성북구 돈암2동


성북구의 돈암 전철역에서 정릉으로 가는 길은 아리랑고개로 불린다. 운사 나운규가 아리랑을 촬영했던 곳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아리랑고개 방향으로 가다 왼쪽으로 돌아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돈암2동 주민센터가 보이며 이어 삼각산흥천사 일주문이 나타난다.


흥천사의 처음 인상은 어수선하다. 일주문 뒤로 부도밭이 있는데 그 앞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절 주변에는 중장비가 건물을 철거하고 있었고 이미 반쯤 부숴진 건물들도 보인다. 알아 보니 그동안 여러 가지로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원래 흥천사(신흥사)는 조계종 소유의 사찰인데 태고종에서 점유한 절이었다고 한다. 최근 조계종에서 낙산사 회주로 있던 정념스님을 주지로 임명하면서 사찰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 건물들을 정리하고 사찰을 재정비할 모양이다. 


흥천사는 조선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정릉의 원찰로 지어진 사찰이다. 원래는 지금의 서울시 의회가 있는 태평로에 있었다. 왕후가 죽자 태조는 궁궐에서 가까운 황화방(皇華坊, 현재의 정동 영국대사관과 경향신문사 사이)에 능을 마련하고 능호를 정릉(貞陵)이라 했다. 이듬해 정릉 동쪽에 왕후의 능침사찰로 흥천사를 세운다. 170칸 규모로 120여명의 승려가 있었던 대가람이었다고 한다.  태조는 정릉에 재를 올리는 흥천사의 종소리를 듣고서야 아침수라를 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정동(貞洞)이란 지명이 생긴다. 


태종에 의해 정릉이 양주땅 사을한록(지금의 정릉)으로 옮겨지고 조그만 암자 하나가 흥천사를 대신한다. 신흥암이다. 260여년 뒤 현종 10년(1669) 우암 송시열과 서인세력의 주도로 신덕왕후의 종묘 배향이 결정되고 정릉이 복구되었는데, 이 때 능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신흥암을 합취정(合翠亭) 옛 터로 옮겨짓게 한다. 이건된 절은 신흥사(新興寺)로 이름이 바뀐다.


그후 정조 18년(1794) 성민, 경신 등이 절을 새롭게 중창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옮겨 세웠다고 한다. 흥선대원군은 절을 중건하고 원래 이름인 흥천사로 고치고 직접 현판의 글씨를 써서 내린다. 만세루(대방)에 흥선대원군의 편액이 걸려있다. 옆에 걸려 있는 편액은 어느 중국인이 썼다고 한다. 


흥천사의 주요 건물로는 극락보전과 명부전이 있다. 극락보전은 서방 극락세계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을 봉안한 법당으로 철종 연간에 중수된다. 흥천사는 원래 정토신앙의 사찰로 아미타불을 주존으로 모시는 극락보전이 중심건물이다. 19세기 사찰의 모습을 잘 간직한 화려한 목조 건물로 서울에서 희귀한 건물로 귀중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법당에 들어가면 붉은색의 편액이 눈에 띈다. 영친왕이 다섯살때 이 곳을 방문하여 글을 남겼다고 한다. 편액 왼쪽에 영친왕전하오세서라고 씌어있다. 


극락보전 오른쪽 아래에 위치한 명부전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을 모신 법당으로 철종 6년(1855) 새로 지어진다. 명부전의 세로 편액이 눈에 띈다. 고종의 어필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흥천사에는 용화전, 연화대 등의 당우가 있고 주요 건물(극락보전, 명부전) 오른쪽 뒤로 언덕 위에 북극전과 독성각이 세워져 있다.

흥천사 일주문

흥선대원군의 친필 현판

영친왕이 다섯살때 썼다는 글씨
명부전

댓글 7개:

  1.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역사가 깃든 사찰이 있었군요...
    다음 서울여행땐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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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찰의 역사적인의미와 얽힌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아주 즐감했습니다.
    오늘도 따듯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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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사찰 사진을 찍어 봐도 영 어색하기만 한데.. 남들이 잘 찍은 사진을 보고 제가 찍으면 구도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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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뽀키
    책에서만 보다가 우연히 가보게 되었습니다.
    서울 오시면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skypark
    서울, 인근의 이름있는 사찰들은 조선 왕실과 연관이 많더군요. 날씨가 추워졌네요.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mark
    올려진 사진들도 썩 잘 찍은 사진들은 아닙니다.
    멋진 사진들 많이 보시고 많이 찍다 보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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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잘못된것이 하나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조계종 소속이였는데 태고종이 점령한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사찰의 원래 정통은 태고종인데 정부의 지원을 받은 승려들이 조계종이라 하면서 힘으로 밀어 붙여서 70년대 "법란"이 일어난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종로에 있는 "조계사"도 원래 명칭은 "태고사"였으며 고승이신 성철 스님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태고종이 한국 불교의 정통이라 하셨는데 조계종에서 막아서 유지가 발표될때도 빠진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님들 가사색이 태고종스님들이 입으시는것이 한국 불교의 원래 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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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가요. 좀 더 알아봐야 뎄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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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찰 목조건물의 단청과 문살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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